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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다락

[국민] 그럴 나이 본문

좁고

[국민] 그럴 나이

문엔 2017. 6. 6. 20:31

 

 

 

 

 

 

 

 

 

 

 

 

 

100회 차 국민전력 유치해로 참여합니다.

 

 

 

 

 

 

 

 

 

 

 

 

 

 

 

 

 

 

 

 

 

 

 

 

 

그럴 나이

 

 

 

 

w. 문엔

 

 

 

 

 

 

 

 

 

 

 

 

 

 

나쁜 거야? ”

뭐가? ”

우리가 어제했던 거. ”

 

 

지민이 왼팔을 뻗어 정국의 입을 막았다. 아무도 없는데 주변을 살폈다. 오래된 그네가 요란하게 삐걱댔다.

정국이 장난스레 지민의 손바닥을 핥았다.

지민은 더럽다는 듯 손을 떼서 탈탈 털면서 정국을 째려봤다. 이내 고개를 내려 다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본다. 게임은 오토모드로 진행 중이었다.

 

 

이상한거지. ”

이상해? 뭐가? 좋았잖아. ”

닥쳐라, . 너 가끔 제정신 아닌 거는 아냐?”

설명을 해봐. 뭐가 이상한지. ”

뭘 설명을 해, 또라이야. 남자끼리 주둥이 부비는 게 정상이냐? 길가는 사람 잡고 물어봐. ”

 

 

정국은 진짜 누구 붙잡고 물어볼 기세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해 저문 놀이터는 휑하기만 했다. 정국은 품이 큰 가디건을 여몄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후드하나 달랑 입은 지민이 추워보였다.

 

 

그냥 너희 집 가자. ”

싫어. 이제 니랑 둘이 안 있을 거야. ”

 

 

지금도 둘이 있구만, . 정국이 입 안쪽으로 중얼댔다. 역시 좀 억울했다. 그게 이렇게 벌세울 일이냐.

 

 

뽀뽀하고 싶었는데. ”

 

 

정국이 혼자 기억을 복기하듯 중얼거렸다. 지민은 또 정국을 흘겼다. 하여간 저건…….

 

 

그냥 막 뽀뽀하고 싶었거든? 니 입술 보다가……. ”

그니까 애초에 남에 입술을 왜 보냐고, 등신아. 그리고 내 앞에 서있지 말랬지, 목 아프다고. ”

 

 

정국은 어느새 지민의 앞에 서서 지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아지처럼 순진한 얼굴을 하고 눈 깜빡임 한 번 없다. 지민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내렸다. 뒤집어쓰고 있는 후드 꼭지에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 ”

엉아 정수리 불난다, 전정국. ”

 

 

정국이 지민 앞에 주저앉았다. 이번엔 지민이 정국을 내려다보는 형상이 됐다.

잘생긴 새끼 재수 없는 새끼.

 

 

, 쳐다보면 어쩔 건데 변태새끼야. ”

할 말 있다며. . ”

? ”

변태새끼 오래 보고 있기 힘들 거 아냐. 빨리 할 말하고 가라고. ”

……. ”

 

 

지민이 화면도 끄지 않은 채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신경질적인 손길을 정국이 빤히 봤다. 후드 주머니에 들어간 휴대폰이 배에 닿는데, 뜨끈했다.

오늘 하루 종일 정국을 피해 다니던 지민은 결국 먼저 정국을 불러냈다. 원랜 두 사람이 아지트처럼 여기던 지민의 집으로 부르려했으나 그냥 정국의 집 앞 놀이터로 불러냈다. 그런 주제에 말은 못하고 계속 폰만 두드렸다. 40분 째 이러고 있자니 지민 속도 속이 아니었다. 사실 자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민이었으니까.

 

 

왜 그랬냐. ”

……. ”

나 좋아하냐? ”

……글쎄. ”

 

 

씨발. 뭔 글쎄야, 또라이야. 쪽팔려 죽겠는데 억지로 말했구만.

지민은 고개를 옆으로 빼버렸다. 원래도 좀 4차원일 때가 있는 전정국이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이해할 정도는 되니까 놀아줬던 거다. 근데 어제 일은, 밤새 생각해봐도 결론이 없었다. 오늘 학교 가서 뭐 욕을 하든 따지든 죽어라 패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교실에 들어서니 도저히 마주볼 용기가 안 났다.

그런데도 너무 궁금하긴 해서. 수업 시간에 흘끔 흘끔 훔쳐본 전정국은 매우 평화롭게 창밖이나 보고 있어서 더 열불이 났고. 지민은 오늘도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자신이 없었다. 욕하든, 따지든, 죽어라 패든. 일단 해결을 봐야 잠을 자겠단 생각에 정국에게 연락을 하면서도 사실 살짝 기대했었다.

그냥 장난이었다고 해주길. 니 약 올리는 거 재밌어서 그랬다고. 아님 그냥 호기심에 해봤는데 더럽게 기분 나빴다고 해주던지. 그럼 나는 잘생긴 명치에 치명타를 날리고서 너그럽게 용서해줄 수 있었을 거다.

그래, 우린 가끔 격한 또라이짓을 하고 싶어지는 나이잖아.

근데 대뜸 한다는 말이 나쁜 거냐고?

 

 

너 혹시 게이냐? ”

아니. ”

혹시 미국에서 살다왔어? ”

……아닌데. ”

그럼 뭔데?! ”

뭐가. ”

 

 

지민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정국의 차분한 반응에 지민은 자꾸 기운이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목에 힘을 줬다.

 

 

……. 설명은 니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설명해. ”

설명할 거 없는데. ”

설명할게 왜 없어? ”

그냥 하고 싶어서 했는데 뭘 설명해. ”

너 정체가 뭔데?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이도 아니고. 친구라고 생각한 새끼가 갑자기 덤비는데 너 같으면 빡이 안 쳐? 니가 날 안보기로 작정한 거 아니면 변명이든 설명이든 해야 할 거 아니야, 미친놈아아! ”

……. ”

 

 

결국 뚜껑이 열린 지민이 악바리를 써대는 동안 정국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올려다보며 욕을 하려니 더 혈압이 받치는 지민이었다. 말을 마치고 씩씩대는 지민을 고자세로 지쳐다보던 정국이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다했냐. ”

. ”

 

 

정국이 지민이 타고 있는 그네 줄을 잡았다. 그리고 느리게 상체를 숙이자 정국이 잡고 있는 쪽이 살짝 뒤로 밀렸다. 지민은 어깨를 움츠리며 시선을 내리 깔았다. 정국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뜬금없이 싸한 민트향이 났다. 전정국 양치하고 나왔구나. 왜 양치 따윌 해 개새끼야.

 

 

예뻐서 그랬는데. ”

, ”

입술이 예뻐 보여서. ”

뭐래. 토 나온다. ”

무슨 맛이 날 것 같았거든? 단 맛 같은 거. ”

어제 아가리 맞은 게 덜 아팠지? ”

 

 

긴장감과 묘한 텐션에 꽁꽁 묶인 지민이 있는 힘을 모아서 정국의 가슴을 밀어냈다. 가볍게 밀려났던 정국이 지민의 손목을 잡아채고 다시 다가왔다.

지민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눈을 꼭 감고 긴장한 지민에 멈칫한 정국이 살짝 바람을 불었다. 민트향. 망할 민트향과 알싸한 전정국 냄새.

지민아.

 

 

이상한 거 아냐. ”

 

 

입술이 닿았다. 가볍게 닿았던 곳은 소리도 없이 떨어졌다.

 

 

나쁜 거 아냐. ”

 

 

두 번째는 꾸욱 눌러지듯 붙었다 떨어졌다. 쪽소리가 났다.

 

 

이렇게 좋은데. ”

 

 

세 번째가 닿기 전에 지민은 벌떡 일어났다. 그네가 휙 뒤집어졌다.

 

 

……! ”

 

 

딱 악이라도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인데, 씩씩대는 숨소리와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은 자꾸 다른 감정을 담아냈다. 호흡과 함께 들어오고 나가는 마음들이 정국의 시선에 걸러지고,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뜻 모를 말들에 걸러져서 모양을 만들어 갔다.

완성되면 안 될 것만 같은 모양을.

 

 

이렇게……좋은데. ’

 

 

지민이 으윽, 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진짜 아프게 뛰었다. 빨리 뛰는 것도 빨리 뛰는 건데, 뭔가 다르게 뛰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어제도 그랬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눈이 마주쳤다 싶은 순간 밀쳐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누워있었고 주변엔 풀썩 일어난 먼지들이 일렁였다. 가득 들어찬 햇빛에 반사되어 다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던 먼지들. 정국의 무게감. 타인의 혀가 자아내던 이질감. 서로의 목구멍에 무겁게 내뱉던 호흡. 너무 크게 벌려진 정국의 입술 안쪽으로 삼켜질 것만 같던 정신. 먼지처럼, 지민의 몸은 아래로 아래로 침대에 파묻혔다. 아득해져가는 머리는 이게 뭐지? 라는 생각만을 반복 입력했다.

너무 뜨거워 같은 사람의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했던 정국의 손바닥은 지민의 가슴을 지긋이 눌러왔었다. 그 손바닥을 통해 쿵쿵 울리던 심장소리는 내 것이었을까 너의 것이었을까.

 

 

 

 

 

오늘 온 종일 한 가지만 생각했어. ”

 

 

정국이 지민의 후드를 벗겼다. 지민은 제 머리를 헝클이며 양팔에 머리를 묻었다. 얼굴을 보이는 게 싫었다. 간지러운 거 싫어. 이런 거 몰라. 이런 거 싫어. 이런 거 이상해. 드럽게 이상해! 근데, 근데

 

 

너랑 한 번 더 뽀뽀 할 수만 있으면 난 뭐든 지 할 수 있겠다. ”

 

 

그거 뽀뽀 아니라고, 등신아.

정국이 지민의 뒷머리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뒷목이 긴장되자 살살 쓸다가 품안 가득 지민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맞닿은 가슴이 서로 뛰었다. 나쁜 짓을 할 때처럼 아프게 뛰었다. 이건 이상하고 나쁘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전정국.

 

 

또라이새끼. ”

 

 

지민이 중얼거리자 정국은 더 세게 끌어안았다. 가득 들어찬 감각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어제까지도 이렇게 끌어안는 건 상상도 못해봤었다. 그건 정국도 그랬다. 우리가 왜 갑자기. 나는 왜 갑자기 널. 이건 낯설고 이상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좋은 걸 모른다. 여자애를 안았을 때도 이런 적 없었다. 그 누구와도 이런 적 없었다. 이러고 싶었던 적.

 

 

그래서 이게 뭔데?

 

 

서로 하고 싶은 수많은 질문을 입술에 묻혀 머금어본다. 무슨 맛이 날 것 같았는데, 그저 좀 유치한 키스였다.

 

 

 

 

 

그래. 우린 가끔 격한 또라이짓을 하고 싶어지는 나이잖아.

 

 

 

 

 

 

 

-fin

 

 

 

 

 

 

 

 

 

-

 

 

 

 

 

 

 

 

국민전력 100회 축하합니다!

 

연쇄 전력 지각범은 오늘도 성실히 지각합니다..

 

국민전력 너무 사랑해요ㅠㅠ

 

제 글치고는 짧지요..? 속편 나오지 않을가요? (또 다른 자아 : 안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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